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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1271

이른봄의 하루 도다리쑥국.도다리와 해쑥의 은근한 맛이 옅게 푼 된장 국물에 스며들어 입안을 '햇봄'으로 채운다.함께 먹는 멍게비빔밥도 여느 때보다 강렬한 봄의 향기가 나는 것 같다.매해 봄마다 도다리쑥국을 먹으면서 도다리가 가장 맛있는 철이 봄인 걸로 막연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니라고 한다. 도다리는 겨울철에 산란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3~4월에는 살이 물러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횟감으로 쓸 수 없는 도다리에 쑥을 더하여 국을 끓이는 경남 통영사람들의 세밀한 지혜와 입맛이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아내와 을지로입구 충무집에서 예년과 똑같은 사진을 찍으며 똑같은 맛의 도다리쑥국을 먹었다. 식사를 하고 다시 지하철을 탔다.3호선 독립문역에서 내려 딜쿠샤 (Dilkusha)라는 생소한 이름의 건물을 찾아갔다.그.. 2025. 3. 15.
루앙프라방 7 - 카페와 식당(끝) "뭐 먹을까?"달콤한 질문이다. 집에서도 그렇지만 여행 중엔 더욱 그렇다. 대답을 구하는 일도 즐겁다. 거리를 걷다가 눈에  띄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보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구글을 뒤져서 고르기도 했다.라오스에 '날이 더울 때 먹고 내키면 언제든지 춤추라'는 속담이 있다.내게 여행이 그렇다. 배고프면 먹고 내키면 걷거나 쉬는 것이다.1. Pasaniyom Traditional Café길 건너로 메콩강이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강을 건너다보며 닭죽을 먹었던 곳이다.탁발이 끝난 후 찾아갔다. 쌀쌀한 새벽에 따끈하고 구수한 맛으로 속을 풀어주었다.2. Café Ban Vat Sene아침 산책을 하다 들어갔다.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 보통 달걀프라이와 과일, 커피로 간단히 하는 편인데 왜 밖에서 사먹으면 .. 2025. 2. 8.
루앙프라방 6 - 카페와 식당(1) 케이트 윈슬렛이 나오는 영화 >는 탈옥수와 그에게 감금된 모자(母子)의 이야기다. 긴장과 공포로 얼어붙은 시간은  탈옥수가 음식을 만들어주면서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셋이서 함께 복숭아 파이를 만들기까지 한다.(아무리 그래도 탈옥수와 인질이 친근해지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음식엔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여행에서 맛난 음식은 낯선 환경이 주는 긴장을 이완시키고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과 친밀함을 높인다. 식사를 마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한가로이 마시는 커피도 그렇다.시인의 표현을 빌자면 '나의 여행은 7할이 먹으며 빈둥거리는 것'이다.1. 아침시장루앙프라방에는 아침 시장과 저녁 시장이 있다. 아침 시장은 현지인들 대상의 식재료들을 팔고 저녁에 열리는 야시장은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기념품이.. 2025. 2. 7.
루앙프라방 5 - 꽝씨폭포(땃 꽝씨) 꽝시폭포에 가기 위해 루앙프라방에 머무르는 동안 ( 공항 왕복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차를 탔다. 일인당 미화 7불의 반나절 투어를 신청하자 숙소로 미니밴이 데리러 와주었다.시내여행사에서 좀 저렴한 가격에 예약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숙소에서 했다.폭포까지는 35km로 대략 40분 정도 걸렸다. 주차장엔 단체관광객용 대형버스, 미니밴, 툭툭 그리고 오토바이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다.폭포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두 시간 반 정도가 주어졌다.주변 트레킹을 하지 않고 산책로를 따라 폭포만 돌아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맨 위쪽 폭포까지 올라갔다가 돌아보고도 시간이 남아 우리는 야외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느긋하게 폭포를 바라볼 수 있었다.꽝씨폭포는 폭포 자체도 멋지지만 계곡을 따라 내려오며.. 2025. 2. 5.
루앙프라방 4 - 푸시산 루앙프라방 한가운데 푸시산이 있다. 언덕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높이가 낮다.산을 오르는 길은 3개가 있다. 어느 길을 택하건 계단으로 10여 분만 걸으면 정상에 설 수 있다. 오르는 수고에 비해 꼭대기 풍경이 주는 보상은 크다.메콩강과 남칸강 그리고 산들에 둘러싸인 루앙프라방을 전방위로 조망할 수 있다.루앙프라방에 있는 동안  푸시산에 두 번 올랐다.한 번은 아내와 한낮에, 또 한 번은 혼자서 해돋이를 보러 올랐다. 해넘이를 보는 최고의 장소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린다고 해서 저녁엔 가지 않았다. 초록의 숲과 강과 산에 둘러싸인 한낮 루앙프라방의 모습은 평화로웠다.작은 조롱 속에 담아 온(정상 옆에 있는 매점에서 판매하는) 새를 방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물고기를 강에 놔주는 모습은 보았어도 새.. 2025. 2. 3.
루앙프라방 3 - 사원들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사원이 많다. 여행자거리 주변에만 서른몇 개라는데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다.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사원과 사원의 지붕선이나 첨탑이 보였고,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걷다 보면 어디서건 사원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들어가 보았다.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고 받지 않는 곳도 있었다. 특별히 여행자들의 주목을 받지 않는 대부분의 사원들은 작은 시골학교 분교처럼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사원에 들어가면 우선 천천히 한바퀴 돌았다. 그리고 적당한 그늘에 힘을 빼고 앉아 그냥 여기저기를 바라보았다. 사원의 이름이나 역사를 알려하지 않았고 보이는 것만 눈에 담았다. 내게 여행은 여행 목적지는 있지만 목적은 없는, 어떤 계산과 계획에서 자유로운, 공상과 상상의.. 2025. 2. 1.
루앙프라방 2 - 탁발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스님들의 탁발(托鉢, 딱밧) 수행으로 시작된다.방콕에서 그리고 미얀마 양곤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루앙프라방만큼 큰 규모는 아니었다.새벽 5시 반쯤 사원의 북소리와 함께 탁발 의식은 시작된다.나이 든 승려들이 앞에 서고 어린 승려가 뒤를 따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집이나 가게 앞에 나와  대나무로 엮어 만든 밥통(팁카오)에 찹쌀밥과 과자 등을 올린다. 승려들은 시주 받은 것의 일부를 다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빈 바구니에 담는다.일찍 아침이 오는 것이참파꽃 향기 때문인가 했더니집집마다 구수하게 번지는찰밥냄새 때문이었네맨발에 발우를 든 승려들이 줄지어 걸어오고발우 사이로 뽀얀 새벽빛이 스밀 때무릎으로 어둠을 밀어내며한 줌의 밥을 나누는 순수한 눈빛의 사람들주황빛 장삼을 벗은 한 쪽 어깨는태.. 2025. 1. 31.
2025루앙프라방 1 - 드디어 오래전부터 여행지로 마음에 꼽고 있던 라오스의 루앙프라방!하노이에서 루앙프라방까지는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걸렸다.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시간이라 국내선을 타는 느낌이었다. 승객은 서양인들과 동양인들이 대략 반반씩이었다.비행기가 하강을 시작하자 승무원이 무언가를 나누어 주었다. 입국신고서였다. 대부분 디지털화되어 최근 몇 년 동안 여행을 하면서는 써본 적이 없는 추억의(?) 종이서류였다.루앙프라방 국제공항은 우리나라의 지방공항처럼 한적했다. 공항 건물도 아담했다. 이후 만나는 루앙프라방의 건물 중에서는 가장 큰 건물이었지만.루앙프라방은 수도 비엔티엔에서 북쪽으로 210km  떨어진 메콩 강변에 위치해 있다. 메콩강과 남칸강으로 둘러싸인 반도형 지형으로 원래 옛 란상 왕국의 수도였으나 16세기 들어 왕궁이 .. 2025. 1. 29.
하노이 6 - 음식점(끝) 만약에 세상에 음식이 몇 가지 뿐이라면, 예를 들어 맥도널드나 피자헛, 콜라뿐이라면, 아니 설사 김치나 된장찌개 뿐이라 해도  나의 여행 횟수는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내 여행의 반은 다양한 음식의 경험에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나 여행에서  밥을 먹는 일은 기억을 누적하고 강화하는 중요한 일정이다.1. 분짜 타분짜는 얇은 쌀국수(분)와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완자(짜)를 뜻한다.달콤새콤한 소스에 완자를 적셔, 면과 향채와 함께 채소에 쌈을 싸 먹는 하노이 대표 음식이다. 지난번 냐짱 여행 때 분짜를 먹은 식당의 이름이 "하노이 분짜"였던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숙소의 컨시어지에게 당신이 알고 있는 하노이 최고의 분짜 식당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분짜 타"를 추천해 주었다. 마침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 2025. 1. 26.